기다림..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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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기다린다는 것은

잠시 허망에 빠지는 일이다.

그가 오리라는 확신이 차츰 허물어지며

통로 저쪽 문밖까지 나가 선 나의 간절함이

차츰 아픔으로 기울어진다.

 

쓸쓸한 음악이 흐르는 찻집,

석양이 얼비치던 창도 커피색이다.

오리라는 기약이 있었던가

잠시 나의 기억을 의심해 본다.

 

시간은 굴삭기처럼 가슴을 파고들고

점점 내 앞자리의 빈 공간이 더 커진다.

 

쓴 커피를 다시 한 잔 시키고

부질없이 성냥개비를 분질러 숫자를 세고

지나간 날들이 다 헐릴 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기다린다는 것은

숨통을 끊는 일이다.

 

때로는 기쁨으로 가슴 설레다가

차츰 커피잔이 식듯

아픔과 쓰라림과 절망으로 이어지는

형벌 같은 것.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절절함 속에서

모질게도 단련되고 길들여지는지.

오늘도 나는 주체할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기다림을 놓아둔 채 찻집을 나선다.

 

저 어두운 밤하늘의 별처럼

꺼질 듯 꺼질 듯한 사랑을

애틋하게애틋하게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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