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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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올 사람은 오고

굳이 붙잡아도

떠날 사람은 떠나듯이

 

좀처럼 수그러질 것 같지 않던

여름날의 무더위도

어느새 기세가 꺽여 고개숙이고

 

아침 저녁으로 부는 시원한 바람으로

머리 끝까지 서늘한 기운을 느낄 때

 

 

가을은 새색시의 걸음으로

하얀 버선을 신은 채 소리도 없이

우리 곁에 사뿐히 다가온다.

 

 

누군가에 대한 원망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연민이

 

내 마음의 서랍장에

차곡차곡 채워져 갈 때

 

새벽에 들려오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처럼

가을은 전혀 예기치 않은 목소리로 찾아온다.

 

 

방황하던 나의 영혼이

길을 잃고 헤메고 있을 때

 

가을은 노란 은행잎 위에

약속의 말씀을 깨알처럼 받아 적는다.

 

 

상처없는 사랑은 없다고

이별없는 만남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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