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만 남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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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1 00:14
아무리 따분하고 침체된 도시라 해도 똑똑한 교양인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이 도시의 10만 명 인구 가운데, 그러니까 낙후되고 무식한 그 10만 명 가운데서 말입니다, 당신 같은 분들이 딱 세 명 있다고 칩시다.
물론 당신들은 주변에 있는 몽매한 군중을 이길 수 없을 겁니다. 살아가면서 차츰차츰 당신들은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10만 명의 군중 속으로 파묻혀 버리겠지요. 생활이 당신들을 압도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당신들은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어떤 영향을 남기는 겁니다. 여러분 같은 사람들이 여러분 뒤에여섯 명 그리고 열두 명, 이런 식으로 나타나다 보면 마침내 여러분 같은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2백 년이나 3백 년 뒤, 지구 위에서의 삶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롭고 멋진 모습이 될 거예요. 인간에게는 그런 삶이필요합니다. 그런 삶이 아직 없다 해도 인간은 그것을 예감하고 기다리고 꿈꾸고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보고 알았던 것보다 더 많이 보고 알아야만 하는 겁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쓸모없는 것을 너무 많이 안다고 불평하는군요.
안톤 체호프 희곡 "벚나무동산"중에서
안톤 체호프:
의사출신 소설가, 최근에도 그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들이 세계3대영화제들에서 수상함.. 그의 삶과 인간에 대한 통찰은 많은 예술의 대가들에게 영감을 주고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