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건 이별이 된다./ 소운
계절 따라 만든 추억
하얀 울타리로 엮어
하나의 긴
댕기를 만들었습니다
댕기가 흔들릴 때마다
풍겨오는 무한대의 향기는
잠자는 가슴을 뛰놀게 하고
지었던 추억을 되돌립니다
흐르는 건 이별이 되어
노란 꽃잎 위 맺힌
투명한 이슬들은
미끄러지듯 굴러 내리고
소중하게 다가왔던
그리움의 얼굴들은
아스라한
언덕길을 넘어갑니다
흘러버린 세월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한 마리 어여쁜 철새가 되어
낯설지 않은 하늘을 날고 싶습니다.
그만큼만 아프고, 그만큼만 그리웠으면 ...
소리내어 말할 수 있는 아픔이라면 그 아픔은 아직 참을만한 것이리.
소리내어 말할 수 있는 그리움이라면 그 그리움은 아직 견딜만한 것이리.
소리내어 말할 수 있는 것들은 몰래 오는 어둠처럼 더 깊어져도 좋으리.
너무 아프면, 너무 그리우면 정녕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임을.
너무 아프면, 너무 그리우면, 단단한 소금이 돼버린 눈물 한 섬, 가슴에 쌓는 것 밖에
달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임을.
나, 지금 너무 아파요. 나, 지금 너무 그리워요.
그렇게 말할 수 있을만큼, 그만큼만 아프고 그만큼만 그리웠으면.
동굴처럼 텅 비어있는 새벽, 잔잔한 강물처럼 나를 적시는 이름 하나.
그리운 사람아, 아직은 말할 수 있으니 나, 아직은 견딜만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