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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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9 07:07
음산하고 무시무시하고 무감동한 신(神), 시계,
그의 손가락이 우리를 위협하며 말한다. “기억하라!"
공포가 가득한 네 마음속에서 떠는 ‘괴로움들’은 곧이어 과녁에서처럼 꽂히게 될 것이며,
희미한 ‘즐거움’은 복도 저 안쪽의 날씬한 요정처럼
지평선 쪽으로 달아날 것이고,
모든 인간에게 각자의 계절 내내 허용된 한 조각의 환희를 매 순간이 네게서 탕진해버린다.
1시간에 3천6백 번씩, ‘초’는 속삭인다. “기억해!”
모기만한 소리로 빠르게 이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예전’이야, 나의 추잡한 나팔로 너의 인생을 갈취했어!”
기억하라, 낭비가여!
...
‘시간은 속임수도 안 쓰면서 매번 따가는
탐욕스런 도박꾼임을 기억하라! 그것이 법이다.
낮은 줄어가고, 밤은 늘어난다, 기억하라!
구렁은 언제나 목마르고, 물시계는 비어간다.
때때로 신성한 ‘우연’이, 아직도 처녀인 네 아내가, 존엄한 ‘덕성’이, 심지어 ‘후회’가, 모든 것이 네게 말하리라. “죽어라, 늙은 비겁자! 이젠 너무 늦었다!”
샤를 보들레르, "악의 꽃"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