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사랑이야기 6-1

그들만의 사랑이야기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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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남자


 

오늘도 그 여자의 꿈을 꿨다. 난 운동장 한 가운데 서있다. 잠시 후 그녀는 큰 트럭을 타고서는 내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트럭으로 나를 가운데 가두고서는 운동장을 뱅글뱅글 돈다. 그녀가 탄 트럭의 창문은 열려있고 그녀는 어제 내가 썼던 썬그라스를 쓰고서는 내 이름을 부르면서 연신 웃는다.


 

 “ 미남아! 미남아! 푸하하하하~~~ ”


 

난 어머니가 속초로 돌아가신다며 깨우기 전까지 계속 그녀의 웃음소리에 짓눌려있었다. 어머니는 하루도 어머니 없이는 아무것도 안 하시는 아버지께서 걱정이 되셔서 아침 첫차로 속초로 가셔야겠다고 하셨다.


 

어머니를 바래다 드리러 터미널로 가서 속초행 표를 끊어 드렸다. 매표소의 여직원은 어제는 실실 웃더니 오늘은 아예 대놓고 웃는다. 어제는 그나마 썬그라스로 커버를 했으니 망정이지 오늘은 멍으로 양쪽 눈에 안경을 썼으니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멍 다 나으면 나의 진면목을 보여주리라는 다짐을 하고 돌아섰다. 어제 나의 정신은 거의 내 정신이 아닌지라 그 여자의 동생에게 썬그라스를 달라고 하는 것조차 잊어먹었던 터였다.


 

가시면서 어머니께서는 밥 잘 챙겨먹고 약도 잘 챙겨먹고 취업걱정으로 너무 고심하지 말 것이며 만화가게 그녀와 친하게 지내라는 당부를 하시고 떠나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제의 일이 생각났다. 어제 그녀 식구와 함께 타고 온 차는 길고도 긴 여행이었던 것 같다. 그 여자의 동생인 것 같은 소녀는 내 썬그라스를 뺏어가 자기가 내릴 때까지 이리저리 가지고 놀았으며 그 여자의 어머니와 내 어머니는 연신 얼굴이 왜 그렇게 되었냐고 물어봤으며 내 어머니는 나의 모든 신상명세를 낱낱이 고하였으며 그 여자에게 같은 동네에 살면 혼자 있는 아들놈이 불쌍하니 친하게 지내라며 내 전화번호를 써서 그녀에게 줬고 그 여자의 아버지는 선배님 자제이고 자네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데다가 아직 미취업 상태이니 소개 한군데 해주겠다며 내일 전화를 하라며 나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차가 도착할 때까지 그녀는 끊임없이 웃었다.


 

차에서 내린 후 그녀가 잠깐 얘기를 하자고 하였다.


 

 “ 미남씨! 자꾸 도망가려 하지 말아요. ”


 

“ 아~네! ”“ 미남씨! 내일 가게에서 부탁할 것이 있는데 바쁘세요? ”


 

“ 아~네!......................아니요! 아니요! ”


 

“ 뭐예요? 바쁘다는 거예요 안 바쁘다는 거예요? ”


 

“ 안 바빠요! ”


 

“ 그럼 내일 가게로 좀 와주세요! 알았죠! 만약 안 오면 이제 전화번호도 있으니 전화해서 괴롭힐 거예요!”


 

“…………………………….네! ”.


 

어제 일을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동네에 도착했다. 나는 그 여자의 가게 앞에서 문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여자는 보이지 않는다. 왠 낯선 여자가 카운터에 앉아 있다. 난 멀리서 봐서 그런 것인가 하고 눈을 한 번 비비고서 다시 보았다. 분명 다른 여자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 등 뒤에서 어깨를 툭 친다. 그 여자다. 아 쪽 팔리다. 만날 이 여자한테는 쪽 팔리나 보다. 순간 동물적 반응으로 몸이 움찔 달아나려 했다.


 

 “ 도망가려고 그러죠! ”


 

순간 몸이 굳었다. 난 강하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는 가게로 들어오라고 했다. 우리는 나의 지정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미안하다고 했다. 멍이 든 눈은 자기가 어떻게 책임을 져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했다. 왜 이런 말들을 하는 것일까? 분명 내 멍과 그녀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의 가게에서 자고 일어난 다음 날. 난 내가 이 가게에 뛰어 들어 오면서 사라진 기억 속에는 그녀만 알고 나는 알 수 없는 멍의 비밀이 숨겨져 있음이 분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가게 문에다가 종을 달려 했으나 실패했으며 몇 군데 망치질을 해야 하는데 벽이 시멘트라 잘 안 된다는 말과 부엌에 형광등을 갈아야 할 것 같은데 엄두가 안 난다고 여자 둘이서 뭐 잘 연구해봐야죠 하더니 웃어버린다. 도와 달라는 말보다 더 무섭다. 일어서며 그녀는 자기 이름은 치은이라고 말하며 나와 앞으로 너무 잘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가 카운터로 돌아가자 곧 바로 가게를 나와서는 철물점으로 갔다. 그리곤 종과 형광등 시멘트 못과 쥐덫을 사가지고는 가게로 돌아왔다.


 

그녀는 가게에 종과 형광등, 못 등을 사다 놓은 것이 있는데 왜 안 물어보고 사왔느냐고 따진다. 이런..앞으로 잘 지내고 싶다며…… 난 순간적으로 카운터 위에 등도 갈아야 할 것 같고 종은 다른 곳에도 달아야 할 곳이 있으며 시멘트 못은 잘 휘어지니 여분으로 사왔다고 말했다. 역시 나의 재치는 끝내준다. 그녀는 또 미안하다고 한다. 그녀는 자기가 성격이 약간 급하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 난 내 성격은 이해심으로 충만하니 성격대로 하라고 했다. 갑자기 그녀 앞에서 말이 잘된다. 우리의 이런 얘기를 카운터에 앉은 꼬마숙녀는 재미있다는 듯이 듣고 있었다.


 

 난 가게 문에다 종을 열릴 때마다 소리가 나도록 달아 주었으며 남은 종 하나는 부엌 형광등을 간 후에 싱크대 옆의 작은 틈이 이 가게에서 살고 있는 쥐의 통로 인 듯싶어서 거기다가 종을 하나 달아 두었다. 들어오려다가 종소리에 놀라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앞에 쥐덫을 놓고 그녀가 말해 준 벽 몇 곳에다가 못을 박아 주고는 마지막으로 꼬마숙녀에게 잠깐 미안하다고 하고선 카운터의 형광등을 갈아 주었다. 내가 일하는 동안에 그녀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손을 앞으로 모으고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서있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내 자리로 돌아온 나는 매우 흡족했다. 얼마 만에 누구에겐가 도움을 준 듯하다. 만화를 보던 가게의 몇 몇 손님들은 자리에 앉은 나를 쳐다본다. 아마 내 눈 때문일 것이다. 아 얼른 나아야 할 텐데…….나는 자리에 잠시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이제 나는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뻘쭘하였다. 아 참 여기는 만화가게지. 나는 몇 권의 만화를 뽑아서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막 만화를 보려는데 그녀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선 나에게 썬그라스를 내민다. 아 어제 그녀 동생이 가져갔던 썬그라스다. 난 받아서 옆에 두려다 자꾸 옆 테이블에서 힐끔힐끔 보는 바람에 받자마자 썬그라스를 썼다. 그리곤 아무 생각 없이 그녀를 보고 한 번 웃었다. 그녀도 살짝 웃더니 나보고 라면 끓여 줄 테니 먹으라고 했다. 난 정중히 사양했다. 그걸 인간이 어떻게 먹느냐. 이젠 안 먹는다. 그녀는 점심때도 다 되었으니 그러지 말고 드시라고 했다. 나는 사실 배는 약간 고팠다. 오늘 인심 쓰는 김에 많이 쓰자는 생각에 알았다고 했다. 옆 테이블에 앉은 녀석들은 내 썬그라스가 신기했던지 갸우뚱 거렸다.


 

만화를 한 참 보고 있는데 꼬마숙녀가 다가왔다. 그러더니 라면을 내 자리에다가 놓는다. 라면을 보니 저 번처럼 한강은 아니었다. 계란도 풀어져 있었다. 김치도 나왔다. 그리고 쟁반 위에는 계란 하나가 더 있었다.


 

“ 오빠! 그 계란 하나는 썬그라스 벗고 눈 비비세요! ”


 

얘가 언제 봤다고 오빠냐?


 

“ 오빠! 전 고아라예요! 잘 부탁해요! ”


 

“ 네? 네! ”


 

난 얘가 왜 나한테 잘 부탁하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잘 부탁한다니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잘 못 들었는지 모르지만 나에게 자기가 왜 고아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보통 부모님이 안계신건 말 잘 안하는데...


 

근데, 이 라면 정말 죽인다. 그 전 아저씨가 해 주던 라면보다 더 맛있다. 아 어떻게 며칠 사이에 라면 실력이 만 배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을까 그럼 그렇지 그 고운 손이 음식을 못 할 리가 없지. 갑자기 그녀랑 결혼하는 놈은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국물까지 마시고 있는데 이쪽저쪽에서 라면 하나 해주세요! 라는 소리가 들린다. 먹어봐라 니들도 맛 죽인다.


 

 나는 라면을 먹고 두 시간 정도 만화를 보다가 부엌에 잠깐 들른 후 집으로 왔다. 그녀는 문을 열고 미안하고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집으로 가는 내내 뒤통수가 뜨거웠다. 정말 뿌듯한 하루다.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13
쳔년의약속 2009.06.19 15:30  
요즘은 글을 쓰시느라 몹시 바쁘네~요.잼잇는 님의 사랑이야기 잘 읽엇어요..좋은 하루 되세요~~
그녀만을위해 2009.06.19 15:44  
여자친구 병원입원해서 병간호 하느라 이번주 한편밖에 못썼어요!!
어제 퇴원해서 마음이 너무 좋답니다!!
관심가지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좋은일만 가득하시기를
쳔년의약속 2009.06.19 15:53  
님두 늘 건강하구 행복하세요~~ 좋은 하루 되시구요^^
야생말 2009.06.19 21:30  
글이  넘 잼나요... 여자친구가  퇴원했다니 기쁘시겠네요... 이제부터는  쭉~ ~ 기다려도 되는거죠??  농담이구요  시간나는대로  틈틈이 봐가면서... 알죠? 여친이 뿔나면 안되니까!
그녀만을위해 2009.06.19 23:48  
재밌게 읽어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많이 기쁜데 아파서 그런지 짜증을 많이 부려요!!! 다 받아주다가 늙었어요 ㅎㅎㅎ
열심히 쓸께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강한사나이 2009.06.20 00:30  
님의 글 오늘에야 1부 부터 쭈욱~ 봤네요.
참 재미있게 잘 쓰셨네요...

잘 보고 갑니다.
다음 회 기다립니다...
강한사나이 2009.06.20 00:44  
여친 건강 빨리 회복하시고
님들도 이쁜 사랑 주고받기를 바랍니다*^*^*
그녀만을위해 2009.06.20 08:34  
감사해요!!
더 재밌게 써볼께요~~~~ 여친 건강 걱정해주셔서 감개가 무량해요^^
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착한여왕 2009.06.20 22:42  
좋은 글 재밋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을 기대하면서 많은것을 느끼고 갑니다.
여친분께서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고 두분 다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그녀만을위해 2009.06.20 23:10  
관심과 사랑 감사합니다!!
님도 행복 가득한 일만 생기기를 바래봅니다!!!
보석 2009.06.21 15:56  
잘 보고 갑니다. 여친 건강 하루빨리 회복되시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계속 기대해도 되죠^^
그녀만을위해 2009.06.21 17:58  
항상 관심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컴퓨터사랑 2009.07.29 15:48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즐거운 시간이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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