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느끼게 하는 후추가루

향수를 느끼게 하는 후추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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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만에 쉼터에 글을 올리게 되네요 너무도 오랜 색바른 이야기이지만 다 같이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해줄것 같아서 생각나는대로 몇자 적어 봅니다.~~

저는 후추가루를 유난히 좋아 한답니다 그게 제가 중국에서부터 맛들이고 좋아진건 아니고요 저희집만의 특유한 냄새라 해야하나 하여튼 후추가루에서 저희 집냄새가 느껴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그래서 먹기 시작햇는데 이젠 거이 맛을 들엿다고 해야겟죠 매일 먹고 잇으니까요 그건 제가 나서 자란 고향에 대한 추억과 또 우리 가족만이 알고잇는 눈물나는 이야기때문이죠


저희 아버지는 비교적 큰 기업에서 초급당비서로 일하고 잇엇어요

그래서 큰 명절이면 “당중앙”에서 아버지한데 11호 또는 8호선물이 자주 왓어요

그런데 선물을 받고 살앗다고 하면 아마 여러분들은 우리집이 “간부”네 집안이라 엄청 잘사는가 하고 생각하실테지만 그렇지 안답니다

제가 고향을 떠나올때 90년대 말까지도 우리집에는 TV나 녹음기 간단한 전자제품도 없엇으니까요

그시대에 웬만한 간부집안은 잇엇을수도 잇는 간단한 가전제품도 없고 간부주택은 배정받앗어도 집안은 신문지 도배만하고 살앗으니 여러분들은 상상이 가실테죠

아버지는 아주 아주 고정하고 정직한 분이셔서 공장의 나사못하나도 안 건드리고 정말 털어도 먼지한점 없이 아주 청백하고 고정한 분이셔서 공장의 직원들도 다 칭찬하는 그런 분이셧어요

그런 면이 좋아서 인지 공장에서 아버지를 초급당비서로 추천해서 “간부”가 된거죠

그런 아버지가 “간부”로 승진된지 2녆후인가 92년 4.15일을 맞으면서 명절분위기로 시내가 흥성거리던 어느날 학교공부를 마치고 집에 들어갓는데 장판구들 한복판에 엄청 큼직한 박스가 하나 잇는거예요

크기는 소나무TV박스만한거엿어요 그래서 박스 정면을 보니 앞에 파란 판에 빨간 글씨로 “선물”이라고 써잇는거예요

그때까지만해도 말만 들엇지 한번도 보지도 못햇던 선물 박스라 어린 마음에 엄청 궁금해 지더라구요

그런데 박스 위에 아버지의 글씨가 적힌 종이 쪽지 한 장이 잇는거예요

“아버지가 올때까지 다치지 말고 그냥둬라” 그래서 궁금해도 참고 저녁때가 되여서 아빠가 퇴근해 오길 기다렷어요

명절이라 여러 행사도 잇다보니 퇴근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셧어요

돌아와서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 선물은 비록 아버지한데 온게 맛긴하나 아버지는 이선물을 공장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 싶다면서 어머니의 의향을 물으시는거예요

솔직히 전 그게 TV인줄 알앗는데 아버지가 식품이라고 하니 조금 실망햇엇는데 그것마저

공장에 가지고 가시겟다니 화가 낫어요

물론 어머니도 동의 하신건 아니지만 아버지가 받은 선물이니 별말씀도 못하셧죠

그런 어머니가 조건이 하나 잇다면서 뜯어서 구경도 좀 하고 애들 몇일잇음 산보(등산) 가는데 가지고 가서 빛도 좀 보일 사탕,과자만 이라도 좀 남겨두고 가시라고요

그래서 아버지는 마지못해 어머니의 의견에 동의하셧어요

그래서 열어본게 지금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햇던 여러 가지 주류, 당과류, 그리고 통졸임류 등등 선물명세서에 명시된게 24가지더라구요

창광원술, 고려인삼술, 위스키, 과일통졸임12개, 고기통졸임 12개 등등 그리고 제일 마지막엔 가정에서 요리할수 잇게 당면하고 소금, 후추가루 그래서 어머니는 공장에 가서 먹으려면 후추가루하고 당면 소금은 필요없으니 남기고 사탕한곽하고 과자한곽을 남겨놓고 다 그대로 포장햇어요

그러다 동생이 고기통졸임중에 고래고기통졸임이 잇는데 그거하나만 더 남겨주면 안되냐고 햇더니 동생에게 그거하나 허락해 주셧구요 그래서 평생처음 고래고기도 먹어밧구요

그렇게 다보내고 우리집은 남은 사탕,과자를 몇알씩 맛보고 명절을 보냇죠

그렇게 얼마나 지나고 보니 먹을건 다 먹고 후추가루는 그대로 잇는거예요

어디에 어떻게 먹는지도 모르고 보지도 듣지도 못햇던 후추가루 포장은 으리으리 멋잇지만 어머니와 내가 뜯어서 냄새를 맡아보니 별로 향기롭지도 않고 식욕도 당기지 않던터라 어머니는 식장에 멋잇게 장식해서 올려만 놓고 먹지도 않앗어요

그러던 어느날 동네에 사는 화교 아주머니 한분이 저희집에 놀려오셧다가 그걸보고 어머니에게 좀 빈정대는 말투로 우리집에서 그걸 먹을데도 없고 자기네는 이것저것 고기요리도 하고 만두도 자주 해먹으니까 달라고 하더래요 그래서 어머니가 우리도 그걸 먹을거라고 하니 돈주고 사겟다고 팔라고 하더래요

그래서 어머니는 화김에 왜 너네처럼 잘사는 사람만 후추가루 먹으란 법잇냐? 우리도 고기 사서 만두 해먹을때 쓸것이니 못준다고 햇다네요

그래서 어머니는 다음날 고기조금사다 후추가루를 조금 넣고 만두를 햇어요

그런데 그것도 어쩌다 한번이지 매일 고기사서 만두는 할수 없고 그많은 후추가루를 다 넣을수도 없고 하니 어머니가 하는 말이 고기에만 넣어야 한다는 법이 잇다냐 하시면서 매일 음식할때마다 야채볶음, 야채무치는데도 다 그 후추가루를 넣어서 먹는거예요

처음엔 그냄새가 습관이 안된지라 별맛이 없다고햇더니 어머니는 아깝기도 하지만 잘사는 사람들이 먹는건데 우리라고 못먹겟냐면서 매일 음식에 넣으시는거예요

그러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그 맛에 익숙되고 우리집은 문만열고 들어서면 후추가루 냄새가 진동햇어요 그래서 어느새 후추가루 냄새가 저도 모르게 우리집냄새가 되어버렷어요

집마다 문을열고 들어가면 느껴지는 특유한 자기집냄새가 잇잖아요

그걸 몰랏엇는데 어느날 중국에서 후추가루냄새를 맡고나니 우리집냄새다! 하고 코가 느끼고 우리집에 온것처럼 마음도 따뜻하게 느껴져서 그후부터 후추가루를 먹기 시작햇죠

지금도 후추가루냄새를 맡으면 고향생각과 함께 우리집에 온듯한 그런 느낌이 몸에 전율이 흐르듯이 느껴질때가 많아요

그러면서 어머니가 그리워지고 가족이 그리워지는 마음도 좀 위안이 되죠

한평생 자식들 위해서 가정을 위해서 고생하신 어머니를 옆에서 잘돌봐드릴수도 없고 아직까지 늙으신 몸으로 사람에게 제일 기본인 먹는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실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파오네요

오늘도 뉴스를 보니 신의주 지역을 포함해 평양까지 수해피해가 크던데 평안남도인 우리집은 무사한지

다들별일없이 잘지내고 잇는지 걱정되네요

제가 집에 잇을때 94년 홍수로 피해를 많이 보앗는데 지금은 아버지가 배정받은 아파트 주택도 윗돈받고 팔고서 단층주택으로 이사를 갓다는데 이번 홍수에 집은 무사한지도 걱정되고 하여간 잠도 안오고 그래서 생각나는대로 적어본 글입니다

여러분들의 부모님들과 가족들도 이번 수해에서 아무 탈없이 무사하게 계시기를 바라면서 쓴 어찌보면 고향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는 슬픈이야기 같기도 하고 저희 느닷없는 수다 같기도 한 저의 글을 마지막 까지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1
okok 2010.08.31 00:45  
후추가루 인상에 남습니다. 북한에서야 사는집만 먹는거잖아요?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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