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은 방종이 그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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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7 11:13
한국에 온지 3년.
나름 열심히 살았다. 면접관께서 내 미래를 높이 사주셔서 s대에도 다니고 있다.
그런데 자주는 아니고, 아주 아주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의 자아를 확장시켜준다는 끝없는 질문의 습벽이 나를 들볶기 시작할 때에 말이다. 내가 하는 이 모범적인 생활이 나를 망치는, 내 인생을 망치는 생활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러니까 이 열심히 하는 노력이 나를 위한 열심인지 타의에 의한 열심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 삶을 산다는 것, 떄로는 내 생각대로, 내 의지대로, 내 욕망대로 자유롭게 살고싶을 때가 있다. 그것이 설사 방종이라고 할지라도...
대학강의실에서 교수의 수업이 언제 끝날까 지루하게 시계를 쳐다보느니 그냥 박차고 일어나고싶다. 서점에서 내가 보고 싶은 책 날이 저물도록 읽는 방종에 살고싶다. 심장이 찢어져 터질만큼 높은 산을 오르는 마초에 살고싶다. 몇날 며칠을 식음 전폐하고 성당에 틀어박혀 진짜 내가 누구인지 기도하고싶다. 어두운 방안 한 쪽 구석에 쭈구리고 앉아 내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고민하면서 생각이라는 못에 빠져 익사해버릴 로댕의 "조각"이 되고싶다. 내게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 정리하고 "듣보잡"의 먼 이국에 가서 몇 년 살면서 세상의 다양함을 맛보고싶다. 끌려가는 삶따위가 아닌 내 "진짜 삶"을 살고싶다.
와신상담의 삶, 내 삶을 버려야"나의 진짜 삶"을 찾을 수 있다는, 대학이 말하는 그 "역설들"이 역겨울 때가 있다. 가끔은 아주 아주 가끔은 말이다.....
혼돈의 청춘이 안개낀 오리무중의 세월을 걸어내고 있다. 긴 "꿈 속 가리마같은 논두렁길"을 헤메듯 허둥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