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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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1 12:48
이승철 /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우리 사장님.
아주 가끔씩은 이모와의 마찰에 나도 언성을 높일때가 있었는데
사장님이 이 일을 아셨던 것 같았다.
그때는 샘플일도 제대로 안되었고, 경제적인 손실도 적지 않아서 많이 속상하고
힘드셨을텐데 작업장까지 소란스러웠으니 화도 많이 나셨을것이다.
그래서 저녁일이 끝나고 조회시간이 되면 몇번이나 말씀하셨다.
제발 모두들 서로 도우면서 살자고, 선배는 아래 사람에게 배려해주고 후배들은
선배의 말에 잘 복종하면서 힘을 합쳐가면서 신제품을 완성하자고,,,
1팀은 워낙 개성이 강한 사람이 몇명 있다보니 서로가 자기 주장만 앞세우다보니
화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 나는 얼굴을 들수가 없었다.
<그래, 이제는 조용히 살자, 뭐 그리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인생을 불편하고 꼬이게
살아온 이모와 언성을 높여봤자 좋은 일이 없지 뭐,>
5월과 6월,
두달사이에 정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해낼것 같지 못했던 고휘도를 우리 팀이 드디어 성공해냈다.
작년부터 7~8개의 회사에서 생산을 시도해 보았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포기했었다는데
우리 회사에서, 그것도 우리 1팀이 성공해낸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밤낮을 이어가면서 흘린 땀의 결과였다.
회사에 취직해서 처음으로 회식이 있었다.
회식하던 날, 사장님께서 말씀하셨다.
<늘 하는 말이지만 서로가 마음을 합치고 힘을 모아서 단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몇번이나 말했지만 1팀은 개성이 강한 사람이 몇명 있다보니 목소리가 높습니다.
아무리 외국인들이라도 다 똑같은 사람들입니다.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다고 뭐라고 소리를 높이면 주눅이 들어서 잘 해낼일도 못하고
움츠러들기 마련입니다.
우리 대한민국도 예전에는 다른 나라에 가서 일을 했던 눈물겨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 나라의 아버지들은 독일에 가서 수백메터의 지하 막장에 들어가서 석탄을 캐냈고,
대학을 졸업한 이 나라의 딸들은 병원에서 시체를 닦는 일을 하면서 힘들게 일했어요.
그분들의 눈물과 성실한 땀방울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강대한 대한민국이 있는겁니다.
이제는 우리가 잘 산다고 그때의 일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럴수록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주고 잘 대해주길 바랍니다.
그래서 그분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었으면 합니다.>
말씀을 마치시고 모두가 수고했다고, 다 함께 건배를 하자고 말씀하셨다.
그러시고는 느닷없이 나의 이름을 부르신다.
<그남자씨, 방금 건배를 했는데 이제는 고향에서 건배를 어떻게 하는지 좀 알려주세요.>라고 말씀하시자 그만 쑥스러워서 머리를 숙였다.
모두의 눈길이 내게 쏠리는 것만 같아서 ...
<다 같습니다. 북한에서도 그렇게 하는것 같습니다.>
그러자 <안하면 말고...>라고 하신다. ㅎㅎㅎ
팀의 매 한사람, 한사람에게 취향에 따라서 술과 맥주를 한잔씩 부어 주시고는
내곁에 자리를 같이 하신다.
막걸리를 한잔 부어주시고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셨다.
여기 한국에는 누구랑 왔는지, 고향에는 누가 있는지, 하나하나 물어보시고는 미안하다고, 실은 우리 회사에 새터민분이 있는줄은 전혀 모르고 있다가 얼마전에야 알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힘든점이 많았겠지만 용케도 잘 견뎌왔다고, 열심히 잘 사느라면 좋은 날이 올거라고
말씀하셨다.
계속하셔서 이제 통일이 되면 지금의 개성공단처럼 북한에도 회사를 세워서 북한 주민들도
채용 하겠다고, 사장으로서 직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일감을 많이 만들어서 월급을
올려주는 것도 사장의 역할이지만 미래를 내다볼줄 아는 깨어있는 사장이 되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셨다.
사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농담을 할때면 그남자씨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면 직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서 그런다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참 훌륭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J이모가 사장님께 콜라를 부어 드렸다.
나는 슬그머니 일어나서 자리를 비켜드렸다.
시리랑카에서 온 외국인애가 내곁에 다가와서 내 손을 꼭 잡으면서 말한다.
<누나, 누나말이 맞아요, 누난 내게 거짓말을 한 적 없어요.>...
무슨 말을 하냐 싶어서 쳐다보았더니 <누나, 누나가 북한에서 왔다는 거 나 오늘에야
알게 됐어요,>라고 한다.
<아니?, 누나가 북한에서 온 사람이라는거 너 어떻게 알았어?>
<아까 사장님과 아저씨가 말하는 거 다 들었어요.>~~~ ㅎㅎㅎ
그리고는 나에게 덧붙인다.
<누나가 예전에는 북한 사람, 지금은 한국 사람이예요,>
한국말을 잘하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잘 알아들을 줄은 정말 몰랐다.
회식이 있은 후 부터 나는 이모들과 여느때처럼 가까워지게 되었다.
왕이모가 나한테 다가오셔서 사람은 제아무리 많이 배우고 똑똑하다고 해도 혼자서는
살아갈수가 없다고, 그래서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라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여직껏 혼자서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서로에게 터놓았더라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을거라고 말씀해주셨다.
엊그제 사장님께서 회식날에 J이모한테 호되게 말씀하셨으니 예전같이 그런 행동은 없을거라고, 그런때일수록 차분하게 잘 대처하라고 일깨워주셨다.
어느날, 나는 왕이모께 센딩일을 하지 않고 투입쪽에서 일을 하면 안되냐고 물었었다.
이제는 맘편히 일하고 싶다고 ...
이모가 팀장한테 이야기하더니 팀장이 허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J이모가 안된다고, 지금은 센딩일하는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그 자리에 세울때까지 내가 있어야 한다고 딱 잘라서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