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 고난의 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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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4 13:38
(친구가 쓴 글을 읽다가 너무나도 기가 막혀 여기에 또 이렇게 올려보네요)
탈북여성들의 탈선이 오늘 뉴스로 떠올랐다.
그걸 보는 나의 마음 또한 착잡하기 그지 없다.
뭐 그리 새삼스러운건가? 싶게 호들갑을 떠는 언론이 더 웃긴것 같다.
전혀 몰랐던 듯이 새롭게 벌어진 일인마냥...
그걸 보면서 얼마전 나누었던 고향친구와의 대화중 시원히
답할수 없었던 문제에 대해 다시금 떠올려 본다.
나름대로의 분주한 일상을 보내던 며칠전 문득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틈시간을 이용해 전화를 걸어보았다.
이윽고 반색을 하면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왠지 기운이 없어보인다.
워낙 매일아침 눈뜨기가 겁날 정도로 무슨 사건사고가 터져나오는지라
별일은 아닐꺼야 라며 스스로를 진정시킨다.
잘 지낸다며 둘러대는 친구에게 뭔 일 있는거지 하면서 이실직고 하라고 다그쳐물으니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있단다.
에궁~~걱정할까봐 알리지 않았다면서 친구는 오히려 미안해 한다.
무심했던 나를 탓하면서 지친 몸을 추슬러가며 어두워지는 밤길을 총총히 병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대형사고는 아니였지만 아침 출근시간중 급작스레 당한 사고라
후유증은 제법 잇는듯 하였다. 범퍼가 파지처럼 구겨졌다고...
보험사끼리 과실여부를 판단한게 8대2가 나왔단다. (친구네쪽이 8이라고...)
아침 아파트단지사이로 난 도로 한켠에 정차시켜 놓은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는데
노란 학원뻐스가 쏜살같이 달려가면서 친구가 타고있던 승용차를 여지없이 부셔놓았다고...
가만히 있다가 당한것도 어이없는데 병원에 입원한 친구랑 일행들을 보고서
보험사기라면서 입에 거품을 물더라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아마 이때만큼 잘 어울릴까 싶은 대목이렸다.
8대2라니 그정도면 완전 가해자수준 아니야?
멀쩡한 차를 지나가면서 들이받은것만으로도 더 어이없는데 과실이 8이라니...
아니 당췌 무슨 정신머리로 오히려 자기쪽에서 더 기고만장하다니...
내가 울분에 차서 내뱉은 말이다.
자초지종을 털어놓은 친구가 나중에 씁쓸하게 하는 말이
아마 탈북자라서 업신여겨서 그랬겠지뭐, 과실여부도 그렇겠고...
바가지 씌운거지머...뭐 그리 놀랍다고...
나는 이 말을 듣고 가슴속 깊은 곳에 돌덩어리 하나가 툭~~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보험사에서는 아주 공정하게 법의 잣대를 이용해 과실여부를 판단했을것이다.
물론 그랫을것이라고 나는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다.
하지만...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만민앞에 평등한 잣대는 이미 방구석 깊숙한 곳에서 먼지를 뒤집어쓴채 나자빠져
있다는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친구의 마음속 깊이 작은 앙금들이 나날이
두텁게 쌓여져 간다는것이 두렵고 슬프다.
어쩌면 나의 속마음을 들킨것 같아서 더더욱 그러하다.
아닐꺼야...법대로 판단한거겠지머...애써 마음을 달래주었지만
도리여 내 마음은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듯 하다.
우리에게는 과연 그 무엇이 버팀목이 되어준단 말인가?
솔직히 털어놓건대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그다지 큰 어려움 없이
나름대로 적응을 잘 해 나간다.
하지만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 즉 법적인 다툼이 있을 때나 행정적인 문제가 발생할때면
너 나 없이 명명백백히 느끼는 것이 바로 냉정한 현실에 대한 실체이다.
우리들 뒤에는 지켜주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절망적인 현실을
이때에야 비로소 가장 절절하게 느끼는것이다.
늦은 나이지만 대학에 진학해 누구보다 성실히 정착을
잘해보려고 모진 노력을 하는 친구이다.
그런 그녀가 나는 더없이 자랑스러웠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었고...
아침일찍 학교가고 틈틈이 시간이 나면 중국어과외도 하고 과외없는 시간이면 김밥집에
서 김밥을 말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던 친구였다.
그러길 몇년째...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아직 친구에게는 북한에 혈육들이 남아있다.
일년에 한 두차례 어머님이 중국 국경쪽에 오셔서 돈을 받아가시는데...
문제는 친구는 정착생활의 어려움속에서 가족들 뒷바라지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끼고 아껴서 일년에 두어차례 북한에 송금을 한다.
적게는 백만원, 많게는 이백만원정도...
공부를 하면서 생활을 꾸려나가는것도 벅차지만 이렇게 한두번씩 북한에 보내야 하는것이
가장 큰 시름이자 부담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매몰차게 보내지 않으려니 며느리와 함께 생활하는 엄마가 배고픔에
시달릴것이 걱정되고 자기 생활도 넉넉치 않은 마당에 공부까지 해가면서
한푼 두푼 어렵게 모아가는 돈으로 가족들 뒷바라지를 해야 하니 솔찍히 앞날이 안보인다고 한다.
한국에 데려오자 했지만 브로커의 농간으로 피같은 돈만 떼였고
중간에 인명사고 나는 경우가 워낙에 많은지라 계속 고집할 자신이 없단다.
얼마전에도 엄마가 노환으로 아파서 쓰러지셨다고 연락이 와서
부랴부랴 백만원을 꾸어서 보냈다고...
이때까지 보내준 돈을 계산해보니 중형 승용차 한대 사고도 남을 돈이라면서...
마치 현대판 심청이를 보는듯한 모습이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심청이의 심정으로 피같이 벌은 돈을 가족들을 위해 보내준다.
그것이 그래도 자식으로써 혈육으로써 응당 해야 하는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만 잘먹고 잘살려고 탈북한 사람은 이만명중 손가락에 꼽을 정도일것이다.
순전히 말로만 침발린 입으로만 북한민주화 어쩌고 인권 어쩌고 하면서
자기들의 사리사욕에 탈북자를 이용하는 뻔뻔스럽고 몰상식한 인간들,
자칭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는 물기가 촉촉한 눈망울로 나에게 묻는다.
"도대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니? 나는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거니?"
니 인생을 어떻게 찾아야 하냐고...
나는 딱히 뭐라고 해줄만한 명쾌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이 문제만큼은 내가 아니라 어느 이름난 박사나 대북전문가라 할지라도
똑 부러지는 답변을 내놓기가 주저되리라...
시선을 피해 창밖 반짝이는 밤별을 지그시 응시해볼 뿐이다.
다시 친구가 하는 말...
아무리 금전적인 압박이 심하다 해도 정말 새롭게 태어난 대한민국에서 사람답게
살아보겠다는 스스로의 맹세를 저버리긴 싫다고...
쉽게 돈버는 길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정말 나를 버리긴 싫다고 절규한다.
술집에 가서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지어가며 비루하게 살아가긴 싫다고...
아마 친구의 마지막 자존심인가 보다.
"난 떳떳한 내 인생을 살고 싶어...근데...어떻게 살아야 하는거니..."
정착을 성실히 잘 해야 한다.
그러면서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생계도 책임져야 한다.
이것은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들에게 지워진 공통된 숙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두 가지 문제들이 충돌하면서 많은 경우 정착을 잘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버는것이라고
오해하고 자위하면서 그러다보니 금적의 유혹이 많은 불법적인 경로로 빠지게 되는것이다.
어차피 그래봤자 손가락질하는 탈북잔데 이왕이면 돈이나 번다고 자포자기하면서
유흥계로 빠지는 경우도 사실 적잖게 보아왔고 말려봤지만...역부족이였다.
니가 보태주는거 아니면 말리지 마라...
이렇게 살려고 목숨걸고 대한민국까지 왔던가?
힘없이 돌아서며 느끼는 자괴감이란 이루 말로 다 할수가 없다.
사회에서는 탈북자들이 나라의 세금으로 먹여살리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각인된다.
"통일의 밑거름, 통일의 징검다리" 이것은 그냥 화려한 수식어에 불과하다.
가장 공정하게 국민의 알 권리를 보여준다는 매스컴에서도 탈북자의 70~80%가
3D업종이나 아르바이트,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성공적인 정착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통계수치를 쏟아낼 뿐
국내 입국 탈북자 이만명중 근 70~80%가 여성들과 노인들, 아이들이라는 객관적인 사실은
모른체 지나쳐버린다.
의도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 또한 개개인의 몫일것이다.
탈북자들중 건강한 성인남성은 불과 이천명도 안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정규교육을 다 받은 남자들도 취업하기 어려운 요즘 같은 때
하물며 탈북자들 그것도 태반의 여성들이 정규회사에 취직하기 어렵다는것을 몰라서 그럴까?
모른체 하는걸까? 나는 심히 궁금하다
대체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만드는 이유가 통일을 과연 염두에 두긴 하는걸까?
이런 내용을 접한 한국사람들 또한 탈북자들의 상당수가 남한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않는데에 대한 분노를 아낌없이 쏟아낸다.
간첩 아니야 하면서 의심어린 눈초리로 힐끔힐끔 보내는 곁눈질은
그나마 애교라고 할수도 있겠다.
혹자는 혈육도 버리고 나온 매정한 것들이라는 비난섞인 목소리도 주저없이 토해낸다.
정착제도가 잘 되어있는데 왜 저렇게 제대로 정착도 못하고 방황을 하냐면서
한결같이 사회의 부적응자로 매도하고 질타한다.
때로는 북한가족들에게 보내는 피땀어린 돈조차 대북송금의 일환이니
벌금을 물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제는 그렇게 놀랍지가 않다.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 표현이 상대방에게는 도저히 아물래야 아물수 없는 비수같은
치명타임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것 같아 우려스럽다.
내 아픔, 내 슬픔이 아니라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설마 대부분은
아닐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볼뿐이다.
이들이 스스로 자립하고 일어서는것이 어찌 이들만이 풀어야 할 숙제라 할수 있을것인가?
이만명 탈북자들조차 보듬어 안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통일 운운이라...
나는 아무 말도 할수가 없어서 마음이 서글프다.
오로지 돈이 최고이고 돈을 많이 버는것만이 성공하는것이라는 시장경제논리로만 접근해
과정은 어찌되었던 결과만이 중요하다는 바람직하지 못한 논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어리석은 탈북자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릴수 없는것은
나의 단순한 기우일것인가...
통일의 밑거름, 통일의 징검다리는 알아서 만들어질것인가?
이것이야말로 한반도에 태어난 우리들이 머리와 머리를 맞대고 뜨거운 가슴을 열어가며
함께 풀어야 하는 지상 최대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경쟁사회,
어쩌면 탈북자들은 또 다른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글을 써놓고 올릴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변명같아서 부끄러웠으니까요...
하지만 함께 고민하면서 함께 풀어야만 하는 문제라는 생각끝에 어렵게 올려봅니다.)
탈북여성들의 탈선이 오늘 뉴스로 떠올랐다.
그걸 보는 나의 마음 또한 착잡하기 그지 없다.
뭐 그리 새삼스러운건가? 싶게 호들갑을 떠는 언론이 더 웃긴것 같다.
전혀 몰랐던 듯이 새롭게 벌어진 일인마냥...
그걸 보면서 얼마전 나누었던 고향친구와의 대화중 시원히
답할수 없었던 문제에 대해 다시금 떠올려 본다.
나름대로의 분주한 일상을 보내던 며칠전 문득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틈시간을 이용해 전화를 걸어보았다.
이윽고 반색을 하면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왠지 기운이 없어보인다.
워낙 매일아침 눈뜨기가 겁날 정도로 무슨 사건사고가 터져나오는지라
별일은 아닐꺼야 라며 스스로를 진정시킨다.
잘 지낸다며 둘러대는 친구에게 뭔 일 있는거지 하면서 이실직고 하라고 다그쳐물으니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있단다.
에궁~~걱정할까봐 알리지 않았다면서 친구는 오히려 미안해 한다.
무심했던 나를 탓하면서 지친 몸을 추슬러가며 어두워지는 밤길을 총총히 병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대형사고는 아니였지만 아침 출근시간중 급작스레 당한 사고라
후유증은 제법 잇는듯 하였다. 범퍼가 파지처럼 구겨졌다고...
보험사끼리 과실여부를 판단한게 8대2가 나왔단다. (친구네쪽이 8이라고...)
아침 아파트단지사이로 난 도로 한켠에 정차시켜 놓은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는데
노란 학원뻐스가 쏜살같이 달려가면서 친구가 타고있던 승용차를 여지없이 부셔놓았다고...
가만히 있다가 당한것도 어이없는데 병원에 입원한 친구랑 일행들을 보고서
보험사기라면서 입에 거품을 물더라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아마 이때만큼 잘 어울릴까 싶은 대목이렸다.
8대2라니 그정도면 완전 가해자수준 아니야?
멀쩡한 차를 지나가면서 들이받은것만으로도 더 어이없는데 과실이 8이라니...
아니 당췌 무슨 정신머리로 오히려 자기쪽에서 더 기고만장하다니...
내가 울분에 차서 내뱉은 말이다.
자초지종을 털어놓은 친구가 나중에 씁쓸하게 하는 말이
아마 탈북자라서 업신여겨서 그랬겠지뭐, 과실여부도 그렇겠고...
바가지 씌운거지머...뭐 그리 놀랍다고...
나는 이 말을 듣고 가슴속 깊은 곳에 돌덩어리 하나가 툭~~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보험사에서는 아주 공정하게 법의 잣대를 이용해 과실여부를 판단했을것이다.
물론 그랫을것이라고 나는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다.
하지만...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만민앞에 평등한 잣대는 이미 방구석 깊숙한 곳에서 먼지를 뒤집어쓴채 나자빠져
있다는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친구의 마음속 깊이 작은 앙금들이 나날이
두텁게 쌓여져 간다는것이 두렵고 슬프다.
어쩌면 나의 속마음을 들킨것 같아서 더더욱 그러하다.
아닐꺼야...법대로 판단한거겠지머...애써 마음을 달래주었지만
도리여 내 마음은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듯 하다.
우리에게는 과연 그 무엇이 버팀목이 되어준단 말인가?
솔직히 털어놓건대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그다지 큰 어려움 없이
나름대로 적응을 잘 해 나간다.
하지만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 즉 법적인 다툼이 있을 때나 행정적인 문제가 발생할때면
너 나 없이 명명백백히 느끼는 것이 바로 냉정한 현실에 대한 실체이다.
우리들 뒤에는 지켜주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절망적인 현실을
이때에야 비로소 가장 절절하게 느끼는것이다.
늦은 나이지만 대학에 진학해 누구보다 성실히 정착을
잘해보려고 모진 노력을 하는 친구이다.
그런 그녀가 나는 더없이 자랑스러웠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었고...
아침일찍 학교가고 틈틈이 시간이 나면 중국어과외도 하고 과외없는 시간이면 김밥집에
서 김밥을 말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던 친구였다.
그러길 몇년째...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아직 친구에게는 북한에 혈육들이 남아있다.
일년에 한 두차례 어머님이 중국 국경쪽에 오셔서 돈을 받아가시는데...
문제는 친구는 정착생활의 어려움속에서 가족들 뒷바라지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끼고 아껴서 일년에 두어차례 북한에 송금을 한다.
적게는 백만원, 많게는 이백만원정도...
공부를 하면서 생활을 꾸려나가는것도 벅차지만 이렇게 한두번씩 북한에 보내야 하는것이
가장 큰 시름이자 부담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매몰차게 보내지 않으려니 며느리와 함께 생활하는 엄마가 배고픔에
시달릴것이 걱정되고 자기 생활도 넉넉치 않은 마당에 공부까지 해가면서
한푼 두푼 어렵게 모아가는 돈으로 가족들 뒷바라지를 해야 하니 솔찍히 앞날이 안보인다고 한다.
한국에 데려오자 했지만 브로커의 농간으로 피같은 돈만 떼였고
중간에 인명사고 나는 경우가 워낙에 많은지라 계속 고집할 자신이 없단다.
얼마전에도 엄마가 노환으로 아파서 쓰러지셨다고 연락이 와서
부랴부랴 백만원을 꾸어서 보냈다고...
이때까지 보내준 돈을 계산해보니 중형 승용차 한대 사고도 남을 돈이라면서...
마치 현대판 심청이를 보는듯한 모습이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심청이의 심정으로 피같이 벌은 돈을 가족들을 위해 보내준다.
그것이 그래도 자식으로써 혈육으로써 응당 해야 하는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만 잘먹고 잘살려고 탈북한 사람은 이만명중 손가락에 꼽을 정도일것이다.
순전히 말로만 침발린 입으로만 북한민주화 어쩌고 인권 어쩌고 하면서
자기들의 사리사욕에 탈북자를 이용하는 뻔뻔스럽고 몰상식한 인간들,
자칭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는 물기가 촉촉한 눈망울로 나에게 묻는다.
"도대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니? 나는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거니?"
니 인생을 어떻게 찾아야 하냐고...
나는 딱히 뭐라고 해줄만한 명쾌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이 문제만큼은 내가 아니라 어느 이름난 박사나 대북전문가라 할지라도
똑 부러지는 답변을 내놓기가 주저되리라...
시선을 피해 창밖 반짝이는 밤별을 지그시 응시해볼 뿐이다.
다시 친구가 하는 말...
아무리 금전적인 압박이 심하다 해도 정말 새롭게 태어난 대한민국에서 사람답게
살아보겠다는 스스로의 맹세를 저버리긴 싫다고...
쉽게 돈버는 길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정말 나를 버리긴 싫다고 절규한다.
술집에 가서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지어가며 비루하게 살아가긴 싫다고...
아마 친구의 마지막 자존심인가 보다.
"난 떳떳한 내 인생을 살고 싶어...근데...어떻게 살아야 하는거니..."
정착을 성실히 잘 해야 한다.
그러면서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생계도 책임져야 한다.
이것은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들에게 지워진 공통된 숙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두 가지 문제들이 충돌하면서 많은 경우 정착을 잘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버는것이라고
오해하고 자위하면서 그러다보니 금적의 유혹이 많은 불법적인 경로로 빠지게 되는것이다.
어차피 그래봤자 손가락질하는 탈북잔데 이왕이면 돈이나 번다고 자포자기하면서
유흥계로 빠지는 경우도 사실 적잖게 보아왔고 말려봤지만...역부족이였다.
니가 보태주는거 아니면 말리지 마라...
이렇게 살려고 목숨걸고 대한민국까지 왔던가?
힘없이 돌아서며 느끼는 자괴감이란 이루 말로 다 할수가 없다.
사회에서는 탈북자들이 나라의 세금으로 먹여살리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각인된다.
"통일의 밑거름, 통일의 징검다리" 이것은 그냥 화려한 수식어에 불과하다.
가장 공정하게 국민의 알 권리를 보여준다는 매스컴에서도 탈북자의 70~80%가
3D업종이나 아르바이트,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성공적인 정착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통계수치를 쏟아낼 뿐
국내 입국 탈북자 이만명중 근 70~80%가 여성들과 노인들, 아이들이라는 객관적인 사실은
모른체 지나쳐버린다.
의도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 또한 개개인의 몫일것이다.
탈북자들중 건강한 성인남성은 불과 이천명도 안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정규교육을 다 받은 남자들도 취업하기 어려운 요즘 같은 때
하물며 탈북자들 그것도 태반의 여성들이 정규회사에 취직하기 어렵다는것을 몰라서 그럴까?
모른체 하는걸까? 나는 심히 궁금하다
대체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만드는 이유가 통일을 과연 염두에 두긴 하는걸까?
이런 내용을 접한 한국사람들 또한 탈북자들의 상당수가 남한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않는데에 대한 분노를 아낌없이 쏟아낸다.
간첩 아니야 하면서 의심어린 눈초리로 힐끔힐끔 보내는 곁눈질은
그나마 애교라고 할수도 있겠다.
혹자는 혈육도 버리고 나온 매정한 것들이라는 비난섞인 목소리도 주저없이 토해낸다.
정착제도가 잘 되어있는데 왜 저렇게 제대로 정착도 못하고 방황을 하냐면서
한결같이 사회의 부적응자로 매도하고 질타한다.
때로는 북한가족들에게 보내는 피땀어린 돈조차 대북송금의 일환이니
벌금을 물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제는 그렇게 놀랍지가 않다.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 표현이 상대방에게는 도저히 아물래야 아물수 없는 비수같은
치명타임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것 같아 우려스럽다.
내 아픔, 내 슬픔이 아니라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설마 대부분은
아닐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볼뿐이다.
이들이 스스로 자립하고 일어서는것이 어찌 이들만이 풀어야 할 숙제라 할수 있을것인가?
이만명 탈북자들조차 보듬어 안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통일 운운이라...
나는 아무 말도 할수가 없어서 마음이 서글프다.
오로지 돈이 최고이고 돈을 많이 버는것만이 성공하는것이라는 시장경제논리로만 접근해
과정은 어찌되었던 결과만이 중요하다는 바람직하지 못한 논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어리석은 탈북자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릴수 없는것은
나의 단순한 기우일것인가...
통일의 밑거름, 통일의 징검다리는 알아서 만들어질것인가?
이것이야말로 한반도에 태어난 우리들이 머리와 머리를 맞대고 뜨거운 가슴을 열어가며
함께 풀어야 하는 지상 최대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경쟁사회,
어쩌면 탈북자들은 또 다른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글을 써놓고 올릴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변명같아서 부끄러웠으니까요...
하지만 함께 고민하면서 함께 풀어야만 하는 문제라는 생각끝에 어렵게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