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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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1 11:54
어제 아들에게 노래를 배워주었습니다. 북한사람이라면 남여노소 할 것없이 모두가 아는 노래죠.
- 아침에 햇빛이 아름답고 곱다고 우리의 이름을 조선이라 불렀네
이처럼 귀하고 아름다운 내 나라 이 세상 그 어데 찾아볼 수 있을까
- 삼천리 강산에 은금보화 넘치고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내 나라
간악한 왜놈들 이 땅에서 내쫓고 해방의 종소리 높이 높이 울리자
- 왜놈도 지주도 모두 없는 새 조선 자유의 강산에 우리주권 세우자
슬기론 인민들 살아가는 새 세상 우리의 손으로 길이길이 빛내자
가사가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이게 맞는가요? 긴가민가 합니다. 마침 거금을 주고 손풍금을 새로 장만한지라 쿵짝 쿵짝 반주에 맞추어서 노래를 배워주니 아들도 무척 신이 나 하더라고요.
날 낳아 사랑과 정성으로 키워주신 나의 어머니가 처음으로 배워 주셨던 노래, 아마도 나의 외할머니가 어머니께 배워 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전해진 노래를 어제는 내가 사랑하는 내 아들에게 배워주었습니다. 이 노래 아들이 다 따라 부르게 되면 내가 고무줄놀이 하면서 목청높이 불렀던 자유의 강산에서 우리 자라고 평화의 낙원에서 꽃피려하는 이라는 "자유가"도 배워줄려고 합니다.
제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냐면... 느닷없이 아들이 어제 저한테 묻더라고요.
"엄마는 고향이 어디야?"
난 순간 마른 침을 꿀꺽 삼켰고,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아들이 좀 조숙한 면이 있어서 그런지... 자기도 나름 고민을 하다가 묻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 고향은 함경북도라는 곳이야"
집에 사다가 걸어놓은 커다란 조선지도에서 북쪽 어느 한 지점을 가리키며 말해주었죠.
"니가 태어난 곳은 여기 경상북도구 엄마가 태어난 곳은 저기 함경북도란다."
내 아들이 물끄러미 응시하더니 불쑥 이렇게 말합니다.
"가보고 싶어...엄마, 같이 가보자!"
나는 천천히 도리머리를 저으며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음... 지금은 갈 수 없어, 하지만 니가 커서 어른이 될 때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단다."
내 아들은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쳐다보며 왜 갈수 없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나는 니가 좀 더 크면 말해줄꺼라고 얼버무려야 했습니다. 8살짜리 꼬꼬마가 이해하기엔... 분단 70년의 비극이, 무려 3세대에 걸쳐 내려오는 아픔과 고통이 너무도 크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내가 어릴 때 불렀던 이 노래를 배워주는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내 아들이 이 엄마의 고향인 함경북도를 사랑하고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진심을 다해 사랑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내 아들이 좀 더 커서 세상을 이해하려고 할 때면 나는 차근차근 말해줄겁니다. 스물한살 꽃다운 나이에 처녀귀신이 되어버린 이모들에 대해서,얼굴도 희미한 외삼촌들과 오촌형, 누나들이며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가족구성원들에 대해서도 열심히 가계도 그리면서 알려줄겁니다.
황폐하기 그지없는 저기 철의 장막 = 북녘땅에도 엄마랑 꼭 닮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남루한 옷을 입고 광대뼈만 앙상한 그 사람들 또한 36.5도의 체온을 가진 사람들이며 가장 힘들었던 고난의 시기 풀죽 한 그릇이라도 서로 나눠먹었던 사람들이며 한많은 세상 눈도 못감은 채 죽어간 이웃을차디찬 땅속에 묻어주기 위해 자신들의 홑이불을 기꺼이 내놓았던 사람들이라고요. 그리고 정많고 눈물많던 그 사람들이 굶주림과 병마에 시달리며 대체? 왜? 누구때문에? 그렇게 죽어가야 했었는지에 대해서도 똑똑히 말해줄겁니다.
지금은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한줌 이슬로 사라진 존재조차 희미한 그 사람들을 우리는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며 또한 크고 넓으신 하나님의 사랑으로 반드시 품어 안아야 하며 날카로운 증오와 하염없이 가슴만 치는 원망만으로는 절대로 분단의 고통을 끝장낼 수 없다는 것을,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라면 출신지역과 경제적 상황에 구애없이 마음껏 사랑받을 권리가 존재한다는 것도 두 손 꼭 잡고 말해줄 것입니다.
또한 단군의 후예로써 한반도에 태어난 사랑스런 자식을 키우는 이 땅위에 모든 부모들이라면 통일된강산에서우리의 사랑하는 아이들이 마음껏 자유롭게 뛰어놀도록해주어야 하는 외면할 수 없는 막중한 의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또박또박 말해줄 것입니다.
저는 사랑하는 나의 아들이 멀리 척박한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엄마가 여권 한장 없이 생사를 오가는 죽음의 고비를 이겨내며 네 개 나라 국경을 넘고 넘어 마침내 자유를 찾게 되었으며 또한 이 땅에서 자신의 성실한 노력과 열정을 다해 굳센 삶의 의지를 억척같이 불태우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엄마의 고향이 함경북도이고 새터민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수 있도록 키우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은 자녀교육을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요? 엄마, 혹은 아빠의 고향을 저처럼 솔찍하게 알려주시는 지요? 아니면 적당히 대충 얼버무리시는지요? 우리 사랑하는 자녀교육에 대해 서로의 생각들을 나눠보도록 해요.^^
-2015년 5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