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니까 청춘이다." 1

" 아프니까 청춘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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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만의 " 장돌뱅이"입니다.
 
   곰탱이 계절.
 
 
작년 10월 말부터 평동공단에 위치한 S회사에 취직한 나는 첫날부터 센딩하는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자동차부품들을 도장하는 회사였는데 사출을 투입해서 도장작업을 해서 건조되어 나오면
이물질과 먼지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사포로 돌리고 나중에 양털과 같이 부드러운 털을
기계에 붙여서 연마해주면서 광택을 내는 작업을 <센딩>이라고 한다.
첨에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배우면 되겠지, 하고 덤벼 들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느 제품이라 할것도 없이 번쩍번쩍 광택이 나서 어느것이 먼지고 이물인지
 가려낼수가 없었다.
3일동안 일했지만 제품을 하나도 완성하지 못했다.
마침 다음날은 토요일이었는데 출근을 한단다.
그래서 차장님께 토요일은 쉬겠다고 말씀드리고 나서 이제는 이 회사에서
일을 못하겠다고 말씀을 드리려는데 <그럼 이틀동안 푹~ 쉬시고 월요일에 뵈요.>라고
하시는 바람에 엉겁결에 또 대답을 하고 말았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휴게실에 들어갔는데 센딩을 배워주던 J이모가 별안간 나를
쏘아보더니 <이긍,~~>하면서 벽쪽으로 홱~ 돌아 앉는다.
순간 당황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작업복을 갈아입고 나서 현장으로 나오니
작업컬레가 없다.
J이모와 함께 일하는 언니보고 물어보니 서로가 모른다고 시치미를 뗀다.
센딩을 끝내면 광택왁스를 뿌린후에 컬레로 닦아야는데...
생각하다가 연세가 제일 많으신 왕이모한테 가서 사정이야기를 하니 새 컬레를
4개씩이나 내어주면서 이름을 써놓으라고 하신다.
 
... ... ...
 
그렇게 또 3일동안 센딩일을 배워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되지를 않는다.
등뒤에서는 J이모의 욕설이 귓전을 스치고 ... ㅎ
하는수없이 과장님을 찾아가서 이제는 센딩을 배울수가 없으니 다른 일을 하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배우라는 말씀만 하신다.
또다시 그렇게 일하기를 3일, 그러니까 센딩을 배운지도 9일째다.
하루종일 기계를 돌려봤자 하나도 완성못한 나는 너무 속상하고 쪽 팔려서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것 조차도 부끄럽고 창피했다.
식판에 밥을 조금 담아가지고 먹는데 모래알을 씹는것 같이 잘 넘어가지를 않는다.
그런 나를 바라보시던 차장님이 식사양이 왜 그렇게 적은가고 물으셨었다.
<제가 지금 밥을 먹을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9일동안에 단 한개의 제품도
완성하지 못했네요.>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씀 드렸다.
그러자 얼마든지 먹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 괜찮다고 하신다.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일하기도 싫고 집으로 돌아가고픈 생각만 들었다.
내 등뒤에서는 石頭라느니, 곰탱이 라고 하면서 욕설이 끊기질 않는다.
일을 배우는 속도가 너무 굼뜨고 느리다는 것이다. 
하는수 없이 다시 과장님을 찾아가 도무지 못하겠다고 말씀드렸다.
... 이제는 밥을 먹는것 조차도 미안하고 부끄러우니 다른 일을 맡겨달라고 ...
그랬더니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차분하게 배우라고, 센딩일은 누구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없다고, 이모와 언니는 몇년동안 이나 센딩을 해 온
기술자라고 한다. 적어도 3개월은 걸려야 어느정도 할수가 있다고 하시는 말씀에
<정말이세요?... 3개월이라는 시간을 제게 주신다면 해볼 자신이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오전 10시와 오후 3시가 되면 10분동안의 휴식시간이 있다.
그러던 어느날 휴식참에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아들애의 부재중 전화가 걸려왔었다.
웬일로 전화를 했는가고 물었더니 애가 하는 말이
<아무리 힘드셔도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려구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남들이 다 쉬는 휴식시간에도 나는 기계를 돌려가면서 배우려고 노력했다. 
등뒤에서 좋지 않은 말이 들리고, 욕설도 들렸지만 나는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면서
일했다.
... 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 ~~~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
유치원 시절에 아들애가 재롱을 부리면서 엄마에게 불렀던 그 노래를
지금은  그 아들애의 엄마가 부르고 있는것이다.
그분들이 나의 노래를 들으셨다면 얼마나 기가 막히고 놀라셨을까,~
하루는  먼지도 많고 이물이 너무 많아서 도무지 능율을 낼수가 없었다.
내 뒤에서 일하는 언니는 짜증섞인 목소리로 화만 내고...
그런데도 이 <곰탱이>는 기계만 돌렸다.
언니가 내게 물었다.<아가야, 너 이를 잡냐?> ㅎㅎㅎ

 
 
 
그렇게 일을 시작한지 보름이 지나고 한달,두달이 되자 나는 어느정도 일을 숙련할수가
있었다.
그때의 기쁨과 희열을 뭐라 표현할수가 없었다.
내가 힘들고 포기하려고 할때마다 내게 힘을 주고 조언을 주셨던 팀원들과 그리고 나의 유일한 가족인 사랑하는 아들애가 말없이 나를 지켜봐주고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해낼수가
있었던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중에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이제는 겨울이라는 말 대신에 <곰탱이 계절>이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눈발이 날리는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그때를 돌이켜보며 살며시 웃을것만 같다.
그나마 올해 초,그남자의 이미지가 곰탱이와도 흡사한 눈사람이어서 내 마음이 얼마나
즐거웠었는지 모른다.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8
사만희  2012.08.01 09:47  
그남자님! 찌는 듯한 폭염을 잘 이겨내고 계신지요? 정착경험담 잘 보고 갑니다. 님만 생각하면 항상 나자신의 부족한 부분만을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지금은 누구보다 훌륭한 능력을 지니고 계시겠죠? 무더위 잘 이겨내시고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남자  2012.08.01 10:02  
사만희님 !!!
안녕하십니까?~
부족한 제 글에 댓글을 달아주신 첫 회원님이시군요,
너무 감사하고 저 또한 영광입니다.
평소에 그남자가 너무 존경했었고 사랑했던 분이기 때문이죠.
과분한 말씀에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찜통 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총알  2012.08.01 12:24  
시작은 누구나가 같을수잇어도 과정과 결과는 꼭 다릅니다.

또한 사랑하는 아가를 위해서 님은 힘을 내는겁니다. 아가는 님의 힘이고 미래입니다.
그남자  2012.08.01 14:08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총알님 !!!
마음의 한자락에 아린 추억을 고스란히 묻어두고
남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총알님의 모습이 너무 멋지고 훌륭합니다.
부디 건강 잘 챙기셔서 님의 염원하는 모든것을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우리모두가 고향땅을 밟는 그날까지 파이팅~ 입니다. ^^
본문_작성자  2012.08.02 20:42  
잘 보았습니다.
시작이 절반이라 꼭 잘해낼겁니다.
애들의 눈 빛에서 힘을 얻는 것이 부모의 심정이랍니다. 힘내세요!!
그남자  2012.08.05 19:27  

북마담님 !!!
님의 말씀이 맞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삶이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아들애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면
마음이 정화되고 힘이 납니다.
그래서 다시 일어나게 되는것 같아요,
댓글, 감사합니다. !!!
코리히메  2012.08.26 11:57  
그심정 노래선곡 잘하셨네요.ㅎㅎ 정글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하는 일이 쉽지 않죠.
나도 언젠간 뒤에서 곰텡이라 놀리던 사람들처럼 숙련공이 되고 신입을 가르치는 날이 올거다 하고 용기내세요^^
그남자  2012.08.29 04:13  
코리히메님 !!!
첨 뵙겠습니다.~
제가, 이 곰탱이가 노래 선곡을 잘한건가요?...ㅎㅎㅎ
이 노래를 들을때마다 웃음이...ㅎㅎㅎ
님의 댓글에 너무 고맙고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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