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적어봤네요. ㅎㅎ

그냥 적어봤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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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북한에서 거의 23년을 살았고 타향에서 7년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7년을 산 새터민입니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북한에서 살 때 중학교 1학년까지는 먹는 근심을 크게 안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2학년에 들어서면서 차츰차츰 밀리는 배급으로 인해 식량고생을 하게 되고 3학년부터는 엄마랑 같이 아예 공업품배낭을 메고 황해도쪽에 식량공작도 다녀오군 했었죠.

 


배급이 제대로 공급이 될때까지는 사람들이 서로 도우면서 너무 즐겁게 살았던 것 같아요. 지금도 생각나는 게 저희는 4층아파트에서 살았거든요.

한층에 11세대씩 이렇게 한 아파트에 44세대가 살았지만 그 모든 집들을 일일이 다 알고 있었죠.

4층에서 살다보니 물이 나오지 않아 매일 아래층과 2층 집들에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물을 길어오기도 했구요. 2층의 어느집에서는 병상에 누워있는 아저씨가 욕창이 올까봐 동생과 내가 돌려 눕혀주기도 했고, 그 시절 맛있는거 하면 서로 나눠먹기도 하고 tv가 부족했던 때여서 tv있는 집에 한방 가득 사람들이 모여앉아 수다도 많이 떨었었죠.

 


우리집에서는 저녁마다 한 아파트에 사는 아빠들이 와서 카드놀이도 하고 장기도 놀고 정말 시간이 되면 부르는 사람이 없어도 딱딱 제시간 맞춰 와서는 놀이에 흠뻑 빠지군 했죠. 아빠가 장기를 무척 좋아하셨는데 라이벌인 2층 어느 집 아버지 하구는 서로 싱갱이질을 하기도 했었구요. 또 한주일에 한번씩은 놀이가 끝나면 자기 집들에 가서 국수요, 두부요, 호박이요, 하면서 서로 다른 음식재료들을 가지고 와서는 같이 끓여먹으며 젓가락과 물장구를 두드리며 춤추고 노래부르며 정말 재밋게 하루를 마치기도 했죠.

겨울 김장철 김치를 담글때면 같은 층에 있는 엄마들끼리 모여서 오늘은 우리집, 내일은 어느집 하면서 정말 재밋게 김치를 담구기도 했구요.

 


그때는 일반 사람들은 거의 모두 너무 순수했었죠. 타산이 없었고 너도 나도 도와가며 정말 정으로 살아왔었죠.

 


그러다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나뉘기 시작했죠. 국가에서 하라는대로만 살던 사람들은 거짓말도 못하고 장사도 못하고 도적질도 못하다보니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자 굶어서 하나 둘 저세상으로 떠나버리고 남은 사람은 승냥이와 늑대만 살았다는 농담이 돌 정도로 그래도 장사를 잘한다던지 큰 간부라던지 직업이 좋다던지  잘사는 친척들 도움이 좀 있다던지 등등 이런 부류의 사람들만 살아남았죠.

 


중국에서 살때도 농촌에서 살다보니 농촌사람들은 또 그런대로 순수한 분들이 많더라구요.

 


한국에 왔죠. 처음에는 너무 행복했어요. 내가 하고싶은 공부도 마음껏 할 수가 있고 먹고 싶은거 입고 싶은거 마음껏 먹고 입을 수가 있고 결심만 하면 이루고자 했던 일들이 하나 둘 풀려나가고, 그러나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직장에만 파뭍히다 보니 마을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칠 시간도 없고 그렇다고 성격이 좀 내성적인 제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수다 떨수도 없는 일이고 거의 그냥 회사에서 살다싶히 했죠, 

야근 하지 않아도 되는 날에도 야근을 하고 휴일에도 회사에 나와 수당도 없이 일을 하군 했답니다. 어쩌면 제가 로봇 같더라구요. 그러나 단 한가지 제가 일에 미쳐 있었고 또 회사에서 인정을 받으며 일하다 보니 조금의 행복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주변분들의 권유로 대학공부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서 대학공부를 시작했죠.

대학에 들어와 보니 이제까지 회사 집 회사 집 하면서 일벌레로만 살던 제가 그 곳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교제를 해야 하고 또 사람들 앞에 나서서서 발표도 해야 하고 하느라니 스트레스가 정말 장난 아니었어요. 정말 울렁증이 심한 저로써는 너무 힘이 들었죠

 


이제는 그 모든걸 극복을 하고 나니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나는 왜 태어났을가? 나는 누구일가? 나는 왜 살아야 할가? 자유란 뭘까? 왜 북한사람들은 저런 고통을 겪어야 했을까? 권력이란 뭘까? 라는 생각도 했었고 실지 우리 분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도 해보면서 그들이 느끼는 모든 걸 통해 탈북자들이 심충을 이해하게 되고 우리 사람들과 같은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었일까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우리 탈북자들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목표요. 또 나아가서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사람이 목표가 뚜렷하면 길이 보인다고 합니다. 정말 그렇더라구요.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여기 저기 좋은 분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런 분들과 대화도 많이 나누게 되고 그런 쪽으로 같이 고민도 하면서 요즘 너무 너무 행복하답니다.

저랑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는 우리 분들 많으시리라고 봐요. 우리 서로 공유하며 좋은일들 많이 해봐요.

 


여러분 올 한해는 여러분들이 원하시는 모든 일들이 다 잘 이뤄지는 한해가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보름달이 뜨면 우리의 아름다운 소망, 소원들 마음껏 빌어봐요. 사랑합니다.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15
본문_작성자  2013.02.25 07:26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본문_작성자  2013.02.25 08:45  
고향은 북쪽님의 글 잘 보고 갑니다 잘 적응해 가시는 모습 보기 좋으네요. 꼭 원하시는 일 이루고 행복하게 사세요....
본문_작성자  2013.02.25 10:56  
님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부디 건승하시길 빕니다!
애루화  2013.02.25 13:28  
남한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으신 것 같아 축하 드립니다. 그 길을 가다보면 분명 어려운 일도 생기겠지만 초심으로 잘 이겨 나가시기 바랍니다. 건승!!
본문_작성자  2013.02.25 17:10  
잘 읽고갑니다. 전 새터민은 아니지만, 저도 요새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저도 제가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했으면 좋겠어요. 매일 꿈이 바뀌니까 조금 힘들어요 ㅎㅎ 고향은 북쪽님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우리 그렇게 살아요. 좋은 일 많으셨으면 좋겠어요!
본문_작성자  2013.02.25 18:12  
열심히 사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더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시고 부자 되시길 바랍니다.
본문_작성자  2013.02.25 23:09  
생존 경쟁이 치열한 남한 땅에서 잘 안착 하신것 축하드리고 남을 위한다는것 주위를 돌아볼수 있는 님의 생각에 박수를 보냅니다. 꿈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본문_작성자  2013.02.26 20:32  
고향은 북쪽 님 열심히 살아가시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남을 배려하려는 그 마음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우리 다 같이 어렵게 살아가시는 새터민들을 위해 더 좋은 일들을 해 나가도록 합시다.
본문_작성자  2013.02.28 00:58  
목표가 있다는것은 참으로 중요하지요..성취하시길....
야쿠자  2013.02.28 11:17  
인생은 가혹 합니다. 그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에 따라 고향은 북쪽님의 꿈을 이를수있습니다. 건강하세요. 그리고. 할말이 많은데?
본문_작성자  2013.03.28 07:39  
정말 그때가 좋았던것 같아요
본문_작성자  2013.04.02 14:51  
순수하고 정많던 옛날이 그립네요 정말 마니요,,,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날 오겠죠 우리모두 화이팅! 언제나 꿈을 가지고 달리는 사람한테 기회는 항상 곁에 있다는것 즐겁고 행복하게 긍정적인 마인드로 ,,,
본문_작성자  2013.06.15 11:29  
글을 읽어보느라니 가슴이 찢어질듯 아프네요 세계상 우리조선민족이 왜이렇게 살아야만 되는가요? 우리 조선민족이 이럴듯 나약한 존재인가요???
파란  2013.08.16 15:50  
남을 배려하는 마음 간직하고 그것을 목표로 정하고 살아가시는 님의 글 읽으면서 저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네요~~~ 항상 행복하세요^^
본문_작성자  2014.02.09 10:51  
좋은글남겨저서 고마워요 . 저의 인생도 다시 돌아보게되는군요 . 목표가업이 살앗는것같아요 . 잘보고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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