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만 있어다오 4.

살아만 있어다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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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찍히 나는 A의 말을 들으면서 가슴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아픈 내 혈육들의 사연을 떠올리고 있었다. 올해 봄(4월달) 큰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가셨다는 기별을 얼마전에야 받았다. 하나밖에 없는 나의 사촌언니(원래 언니들이 셋이였지만 둘은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는 언젠가는 왕래가 자유롭게 되면 고향의 부모님들께 사랑스런 자식들을 보여줄 날만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귀여운 손자, 손녀들을 버선발로 달려나와 반겨 맞아줄 늙으신 아버지는 더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시다. 아버지 임종도 지켜드리지 못한 자책감에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어 목놓아 울던 언니의 한 맺힌 울음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내 마음속에 처절하게 메아리치곤 한다. 더이상 사랑하는 혈육을 만날 수 없는 아픔을 이겨내며 요즘 들어 부쩍 말수가 줄어든 언니, 그리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어찌할 줄 모르는 형부, 아무 것도 모른 채 해맑게 웃는 어린 철부지 조카들의 모습이 A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오버랩되어 가슴 한 켠이 미여지는듯 아파왔다.


 

A의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사연들이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을뿐더러 지금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자들이 거의가 겪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피를 나눈 혈육들이 생사도 모른 채 가슴만 까맣게 태우고 있는 이러한 기막힌 현실이 언제면 사라질까?


 


 

지금도 A는 북한에 해마다 4백만원의 거금을 꼬박 꼬박 보내주고 있다고 한다. 6명의 식구들 중 언니와 동생, 달랑 둘이 살아있는데 어쩌겠냐고. 내가 여기서 죽기 살기로 돈을 벌어서 보내주어야 언니와 동생이 굶어죽지 않을꺼 아니냐고,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뒷바라지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면 답답하기만 하다고, 나도 아이를 키우고 생계를 꾸려가야 하고 시아버님 수발들어야 하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며 슬며시 고개를 떨군다. 가냘픈 체구의 A가 감당해야 하는 냉정한 현실의 무게가 고스란히 안겨와 마음이 무겁다.


 

다행스럽게도 A의 남편이 참으로 성실하고 기본 인품이 되어있는 사람인가부다. 해마다 북한에서 돈을 가지러 오는데 당연히 보내주어야 한다며 언제 한번 얼굴 찡그린 적이 없다고 한다. 얼굴 한번 못 본 처남과 처형이지만 생각해주는 그 마음이 정말 고맙다면서 눈물이 글썽해진다. 장남인데다가 어릴 때부터 계모의 손에서 자라난지라 서러움을 많이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도 하늘아래 혼자 남겨진 A곁에 따뜻한 마음을 가진 든든한 남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어줄까? 고마워서 홀로 된 시아버님을 모시고 살아가는지 벌써 5년째라고 한다. 내 부모님이다 생각하고 살아가니 이렇다 할 큰 문제는 없다면서 A는 씩 웃어 보인다.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2
본문_작성자  2015.03.06 13:58  
하염없이 눈물흘린다. 대단한 배우자를만난 당신도 참 대단합니다.
홍익인간  2015.03.08 15:01  
이젠... 지쳐서 흘릴 눈물도 안나옵니다. 대신 더 활짝 웃으면서 살아갑니다. 그것만이 억울하게 죽어간 우리의 혈육들을 하늘나라에서 떳떳하게 만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간 나의 혈육들이 내가 힘들다고 우는 것을 바라지 않는 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알고 있기때문입니다. 저는 더 이상 울지 않습니다. 울 눈물도 없을뿐더러.....울면 누가 좋아하겠나요? 전 ... 절대로 울지 않습니다. 더 활짝...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웃으며 살고 있습니다. 뚱이님도 눈물 닦고... 씩씩하게 일어나세요. 그래서... 더 활짝 웃으면서... 매일 매일 주어진 하루 하루 자신의 삶에 충실하시면 됩니다. 그것만이 우리의 먼저간 혈육들이 그토록 바라는 것이랍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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