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 2.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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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년 전 하 나 원 을 나올 때 친구들은 지방소도시에 정착하게 된 저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었고  취업이나 문화생활을 누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 이라면서 걱정해주었더랬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몸담고 서있는 이곳이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이 중요할 뿐 굳이 서울이나 번화한 대도시라고 해서 성공하고 말고 하는 것은 전혀 그릇된 편견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얼마나 현실에 충실하게, 주어진 자신의 삶에 부끄럼 없이 성실히 살아가느냐가 성공한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공안원들의 시도 때도 없는 단속으로 단 하루도 편히 발편잠 자본적 없는 제가 이제는 두 다리 쭈욱 펴고 잘 수 있다는 것 만 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는 생각뿐 이였습니다. 그렇게 한국에서도 제일 보수적인 도시라고 일 컽는 경상북도 안동에서의 저의 정착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전형적인 소비도시답게 변변히 공장다운 공장이 없는 이곳 실정에서는 일 할 수 있는 곳이 식당밖에 없었습니다.하 나 원 퇴소 후 보름도 안 되어 식당에 출근하는 첫날 저는 굳게 다짐했습니다. 여기에서 내가 뼈를 묻는 각오로 삼년을 죽기 살기로 버티어보리라고 말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첫 달 월급 팔십만 원을 받고서 밤새도록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우체국으로 달려가서 월급봉투채로 삼년만기 적금을 계약하였습니다.

혹시나 나의 결심이 약해질까 두려움에 그랬던 듯합니다. 삼년세월...

 

그렇게 매 달 월급을 통째로 적금에 넣다보니 수중에 돈이 별로 없었습니다. 버는 것 보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아끼고 아끼면서 왕복 40분 거리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걸어서 다녔습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하루 세끼 식당에서 밥을 먹을수 있었고, 유니폼이 있는지라 별도로 옷을 장만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나원과 국정원에서 사준 옷이 있었으니 그거로 만족했습니다.

지금은 하 나 원을 나오자마자 핸드폰부터 산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회진출 석 달 만에 핸드폰을 장만했던 그때 저의 생각으로써는 굳이 아는 사람도 변변히 없는 형편에 지출이 필요한 핸드폰소지는 바람직한 일이 아닌듯하다는 나름의 판단에서였습니다.

 

그렇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타임머신을 타고 21세기로 날아온 저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지칠 줄 모르는 용기로 우직하게 적응의 걸음마를 떼고 있었습니다. 물론 무한생존경쟁의 자본주의체제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적응하여 살아남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포성 없는 전쟁에 비유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을 얼마 안 되어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색한 몸짓과 어눌한 말투의 저에게 영어와 외래어, 게다가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까지 알아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 였 습니다. 틈만 나면 신문을 읽고 모르는 단어를 적어두었다가 동료언니들에게 물어보았고 궂은 일, 마른일 가리지 않고 묵묵히 힘을 다하였습니다.

 

그때 내 나이 스물여섯, 꽃 같은 나이에 손이 퉁퉁 붓도록 찬물에 설거지 하고 어깨며 허리에 파스를 더덕더덕 바르고 무거운 접시 나르는 모습이 안쓰럽다며 편하게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꼬드기는 유혹의 손길들을 단호히 뿌리치면서 자꾸만 나약해지려는 마음을 일으켜 세우군 하였습니다.

 

나를 보면서 새터민들을 평가할 것이고 나아가 지금도 죽지 못해 사는 불쌍한 북녘동포들을 그려 볼 것이라고 생각하니 쓰러질지언정 주저앉을 수는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식당화장실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남모르게 울기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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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2
본문_작성자  2015.03.04 01:36  
대단하세요! 이땅에 무사히 도착한것만도 성공의 5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생소하고 혈육하나 없는 여기서 건강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것만으로도 다행이고 감사할 뿐이죠. 초심을 잃지 말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을 위해 화이팅 하세요!
홍익인간  2015.03.06 07:38  
감사합니다. 설겆이라도 열심히 할수 있는 두 팔이 있고.... 열심히 걸어다닐수 있는 두 다리가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함께 우리 열심히 웃으며 살아가도록 해요... 고맙습니다. 님도 귀한 몸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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