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왔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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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들에게 노래를 배워주었습니다. 북한사람이라면 남여노소 할 것없이 모두가 아는 노래죠.

- 아침에 햇빛이 아름답고 곱다고 우리의 이름을 조선이라 불렀네

이처럼 귀하고 아름다운 내 나라 이 세상 그 어데 찾아볼 수 있을까

- 삼천리 강산에 은금보화 넘치고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내 나라
간악한 왜놈들 이 땅에서 내쫓고 해방의 종소리 높이 높이 울리자


- 왜놈도 지주도 모두 없는 새 조선 자유의 강산에 우리주권 세우자
슬기론 인민들 살아가는 새 세상 우리의 손으로 길이길이 빛내자


가사가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이게 맞는가요? 긴가민가 합니다. 마침 거금을 주고 손풍금을 새로 장만한지라 쿵짝 쿵짝 반주에 맞추어서 노래를 배워주니 아들도 무척 신이 나 하더라고요.

날 낳아 사랑과 정성으로 키워주신 나의 어머니가 처음으로 배워 주셨던 노래, 아마도 나의 외할머니가 어머니께 배워 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전해진 노래를 어제는 내가 사랑하는 내 아들에게 배워주었습니다. 이 노래 아들이 다 따라 부르게 되면 내가 고무줄놀이 하면서 목청높이 불렀던 자유의 강산에서 우리 자라고 평화의 낙원에서 꽃피려하는 이라는 "자유가"도 배워줄려고 합니다.

제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냐면... 느닷없이 아들이 어제 저한테 묻더라고요.

"엄마는 고향이 어디야?"

난 순간 마른 침을 꿀꺽 삼켰고,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아들이 좀 조숙한 면이 있어서 그런지... 자기도 나름 고민을 하다가 묻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 고향은 함경북도라는 곳이야"

집에 사다가 걸어놓은 커다란 조선지도에서 북쪽 어느 한 지점을 가리키며 말해주었죠.

"니가 태어난 곳은 여기 경상북도구 엄마가 태어난 곳은 저기 함경북도란다."

내 아들이 물끄러미 응시하더니 불쑥 이렇게 말합니다.

"가보고 싶어...엄마, 같이 가보자!"

나는 천천히 도리머리를 저으며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음... 지금은 갈 수 없어, 하지만 니가 커서 어른이 될 때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단다."

내 아들은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쳐다보며 왜 갈수 없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나는 니가 좀 더 크면 말해줄꺼라고 얼버무려야 했습니다. 8살짜리 꼬꼬마가 이해하기엔... 분단 70년의 비극이, 무려 3세대에 걸쳐 내려오는 아픔과 고통이 너무도 크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내가 어릴 때 불렀던 이 노래를 배워주는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내 아들이 이 엄마의 고향인 함경북도를 사랑하고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진심을 다해 사랑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내 아들이 좀 더 커서 세상을 이해하려고 할 때면 나는 차근차근 말해줄겁니다. 스물한살 꽃다운 나이에 처녀귀신이 되어버린 이모들에 대해서,얼굴도 희미한 외삼촌들과 오촌형, 누나들이며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가족구성원들에 대해서도 열심히 가계도 그리면서 알려줄겁니다.

황폐하기 그지없는 저기 철의 장막 = 북녘땅에도 엄마랑 꼭 닮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남루한 옷을 입고 광대뼈만 앙상한 그 사람들 또한 36.5도의 체온을 가진 사람들이며 가장 힘들었던 고난의 시기 풀죽 한 그릇이라도 서로 나눠먹었던 사람들이며 한많은 세상 눈도 못감은 채 죽어간 이웃을차디찬 땅속에 묻어주기 위해 자신들의 홑이불을 기꺼이 내놓았던 사람들이라고요. 그리고 정많고 눈물많던 그 사람들이 굶주림과 병마에 시달리며 대체? 왜? 누구때문에? 그렇게 죽어가야 했었는지에 대해서도 똑똑히 말해줄겁니다.

지금은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한줌 이슬로 사라진 존재조차 희미한 그 사람들을 우리는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며 또한 크고 넓으신 하나님의 사랑으로 반드시 품어 안아야 하며 날카로운 증오와 하염없이 가슴만 치는 원망만으로는 절대로 분단의 고통을 끝장낼 수 없다는 것을,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라면 출신지역과 경제적 상황에 구애없이 마음껏 사랑받을 권리가 존재한다는 것도 두 손 꼭 잡고 말해줄 것입니다.

또한 단군의 후예로써 한반도에 태어난 사랑스런 자식을 키우는 이 땅위에 모든 부모들이라면 통일된강산에서우리의 사랑하는 아이들이 마음껏 자유롭게 뛰어놀도록해주어야 하는 외면할 수 없는 막중한 의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또박또박 말해줄 것입니다.

저는 사랑하는 나의 아들이 멀리 척박한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엄마가 여권 한장 없이 생사를 오가는 죽음의 고비를 이겨내며 네 개 나라 국경을 넘고 넘어 마침내 자유를 찾게 되었으며 또한 이 땅에서 자신의 성실한 노력과 열정을 다해 굳센 삶의 의지를 억척같이 불태우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엄마의 고향이 함경북도이고 새터민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수 있도록 키우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은 자녀교육을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요? 엄마, 혹은 아빠의 고향을 저처럼 솔찍하게 알려주시는 지요? 아니면 적당히 대충 얼버무리시는지요? 우리 사랑하는 자녀교육에 대해 서로의 생각들을 나눠보도록 해요.^^

-2015년 5월 11일-

이 게시물에 달린 코멘트 21
본문_작성자  2015.05.13 10:12  
저도 아들녀석한테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북한사람이라는걸 밝히고 살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사는것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애가 사춘기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어요. 이젠 시행착오를 견디고 극복하였기에 걱정없는데 아직도 어렸을때 탈북자라는 이유로 힘든 시간을 견뎠을 자식생각을 하게 되면 마음이 아파오는거 어쩔수 없네요..
홍익인간  2015.05.13 11:31  
실은... 현실이... 그렇죠. 우리들이 수도 없이 겪고 있는 현실들이죠. 북한사람임을 밝히는 그 순간부터 정말 힘들고 고통스런 과정들의 반복이기도 하죠. 차별이 무엇인지에 대해 실감할게 되는 시작이기도 하죠....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 이유조차도 알 수 없는 냉대와 따돌림, 비난과 외면들이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를 우리의 아이들도 조금씩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떠나서 자신을 낳아주고 부족한 사랑일지언정 정성을 다해 길러주신 새터민 부모님을 사랑하고 또 자랑스럽게 생각할수 있도록 차근차근 키워보려고 합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으면 어느 누가 우리들을 사랑해주겠습니까? 모든 것을 다해 우리들부터 우리의 아이들을 우리를 사랑할수 있도록 가르쳐보도록 해요.^^
본문_작성자  2015.05.13 11:05  
역사의 비극땜에 부모와 자녀에게 가슴아픈 이야기 그러나 언제인가는 반드시 웃으면서 이야기하며 엄마의 고향에 가고 옛말처럼듣던 엄마의 말 이해하는 그날이 반드시 올거에요 당당하게 부모의 고향 알려주며 교육하는것도 후대에게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일이 반드시 될떄 아이의 손잡고 그리운 고향으로 꼭 가는 그날까지 ~~~...힘내세요
홍익인간  2015.05.13 11:35  
전 아들이 적어도 열살정도 되었을때 저 질문을 하게 될줄로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불쑥 질문을 받아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점점 머리가 굵어지는 내 아들이 또 어떤 감당할 수 없는 질문을 물어보게 될지 몰라서 사실 좀 두렵기도 하고요... 최대한 내가 알고 있는 범위내에서 차근차근 솔찍히 말해주고 싶습니다. 전 사랑하는 내 아들에게 친구들은 딛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자들이 아니라 함께 서로 돕고 이끌며 성장하는 동무들이고 힘들땐 도와주고 아파할땐 위로해주고 맛있는 것은 서로 나눠먹을줄 아는 정이 넘치는 유년시절을 보내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새터민인 엄마를 사랑하고 또 저기 엄마의 고향인 함경북도를 사랑하고 북한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라나게 해주고 싶답니다. 새벽별님 고맙습니다.
본문_작성자  2015.05.15 19:49  
아직 어린 나이여서 너무 일찍 알려 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 들어요.
난 울 큰아이 초2때 알려 줬는데도 아이가 얼마나 놀라면서 실망하던지요..
작년에도 학교에서 북한에 대해서 샘이 설명하면 아이들한테서 무슨 소리 나올지..걱정되서 걱정이더라구요..
아이가 어린나이 혼자서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크겠어요...
그래서 둘째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알려줄려구요..
지금은 큰 아이하고는 북한에 대해 한마디만 해도 둘이서 쿵짝이 맞아 말을 맞추는데..작은 아이는 무슨 얘기인지 못알아 듣고 자꾸 얘기해 달라는거 그른데로 돌리지요..지금 둘째가 초등 저학년이거든요.
부모들은 자기가 겪고있는 차별, 왕따는 잘 참지만,,,자식들이 그런 수모를 당하면 참지 못한답니다/.
그래서 이민가는 사례들도 늘구요..
잘 키우시길~~^^
홍익인간  2015.05.16 08:36  
전... 한 열살쯤 되면 저 질문을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더랬어요. 그런데... 난데없이 불쑥 물어서... 순간 넘 당황스러웠답니다. 그래서... 차근차근 알려주었죠... 그냥... 엄마 고향은 엄청 멀구나 이정도로만 받아들이는것 같아요. 왜 갈수 없는지는 좀 더 크면 차근차근 설명해줄려고 합니다. 동기들이 애를 낳아가지고 이민가는 것이 점차... 이해가 됩니다. 사실 그래서.. 고민이 더 많아지고요...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이 구김살없이 천진란만한 웃음을 지으며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삭아삭  2015.05.15 21:53  
이방인으로서. 완벽한 한국인으로  살아내기란
강산한번이 다 변해도 힘이드는데. 2세인 아이들이
겪을 심리적고충에. 가슴이 아프네요
엄마들이여.  힘내세요. ~~
홍익인간  2015.05.16 08:39  
아삭아삭님 고맙습니다. 우리야 평생 이방인이지요... 그거야 어차피 우리가 북쪽에서 태어난 이상 피할수 없는 평생의 십자가일테고요...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만큼은 북쪽에서 태어난 엄마, 아빠때문에 얼굴에 그늘이 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그 열악한 환경에서 죽기살기로 살아남아 이렇게 한반도 남쪽까지 오게 되었고, 지금도 죽을 힘을 다해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일수 있도록 가르쳐보려고 합니다. 그런 억척같은 엄마, 아빠의 자랑스러운 자식임을 행복해할수 있도록 말이지요... 마음먹기나름 아닐까요... 또 하나 이루어야 할 목표가 생긴거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하시고 우리 아이들부터 새터민인 부모를 자랑스럽게, 그리고 모든 것을 다해 사랑할수 있도록 잘 키워보도록 해요.^^
본문_작성자  2015.05.16 10:46  
정말로 가슴아픈일이네여
홍익인간  2015.05.17 22:29  
진실님 가슴아픈 현실이랍니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의 아이들만큼은 우리가 겪은 고통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
본문_작성자  2015.05.17 13:56  
이번에 스승의 날 행사때문에 주변 새터민엄마들 만나봤는데 하는 말이 웬만하면 절대 아이에게 새터민임을 알려주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아이가 새터민이라는걸 친구들이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왕따가 되는건 순간이라네요. ㅠ
우선 새터민 친구가 본인들 집에 들어오는것부터 거부하고  자기 아이가 새터민 아이의 집에도 못가게 막는다네요. 부모들이 얼마나 애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었네요.
저도 빨리 말투부터 고쳐야 할듯요.
어른들이 받는 상처는 웬만해서 참을 수 있지만 아이가 받는 상처는 부모에겐 정말  사지가 찢기는듯한 아픔이죠. ㅠ
고향가자  2015.05.17 15:19  
예쁘고 잘생긴 울 아들 상처받을까봐 겁나네요 ㅠㅠ
고향가자  2015.05.17 15:24  
작년 이맘때 중국에 갔는데 저희 아들이 중국보고 북한이라고 해서 혼났어요. ㅋ
여기 북한이 아니고 중국이라고 해도 평상시 살면서 북한에 대해서 애기 아빠랑 많이 대화한적이 있어서 아들이 그리 생각했던거 같아요 ㅎ
본문_작성자  2015.05.19 22:02  
자랑스럽게 생각 하세요 떳떳이 아들에게 설명 하세요..........
홍익인간  2015.05.20 08:51  
고맙습니다. 전 아들에게 자랑스럽고 떳떳한 "새터민엄마"이고 싶거든요. 그렇게 살아갈려고 무진장 노력하는 중이랍니다.^^ 당당하게 성실한 노력으로 치열한 삶을 살아온 자랑스러운 "함경북도"출신의 엄마로 기억할수 있게끔 말이죠.^^ 잘생긴남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본문_작성자  2015.06.05 09:49  
오늘에야 홍익인간님이 쓰신 글들을 다 읽어 보았습니다.
제가 남조선 사람으로 처음 탈북수기를 눈물로 읽고 이 사이트에 가입한 후
다시한번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계속 부탁드리고, 뜻하시는 일 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
홍익인간  2015.06.11 22:42  
우리은하님 감사합니다. 부족한 저의 글을 꼼꼼히 읽어보아주시고 이렇게 힘을 주는 댓글을 남겨주셔서 무척 힘이 됩니다. 틈틈이 정착과정에 있었던 다양한 사연들을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은하님도 귀한 몸 건강하시고 가족분들 모두 행복하시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본문_작성자  2015.06.08 01:21  
원래는 함경도나 경상도나 다같은 우리나라 '8도' 중 하나였습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고향에도 자유롭게 가게 된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부디 힘내세요!!
홍익인간  2015.06.11 22:44  
애국자님 감사합니다. 자나깨나 꿈에서도 못잊는 정든 내 고향으로 언제인가는 사랑하는 내 아들을 앞세우고 갈수 있을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더 열심히, 더 씩씩하게 웃으며 살아가는 것만이 금의환향의 그날을 앞당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애국자님 행복하시고 쉼터에서라도 작은 통일을 함께 이루어보도록 해요.^^ 귀한 몸 건강하세요.^^
본문_작성자  2015.06.12 10:34  
참  저도 6세 아들 땜에 고민이였는데 간단한 해답을 찾을수 있어 감사하네요
우리는 그 고비 넘으면 힘차게 살아  왔는데 우리 2세 아이들에게는 이 더러운 비극,눈물 안겨주지 말아야 할듯해요    저도 6세 아들 물어보는 말에 잘 피했는 또 찾아오겠죠?  우리같이 힘내고 우리가  산 인생을 되풀이 되지않게 노력해요
홍익인간  2015.07.21 18:28  
꿈꾸는 마음님... 우리의 아이들만큼은 출신성분과 빈부의 차이로 인해 차별을 받는 냉정한 세상을 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힘을 내보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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